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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로 풀어보는 경영-끊임없이 변화해야 승리한다.

어린왕자! 2006. 8. 7. 13:42
축구로 풀어보는 경영-끊임없이 변화해야 승리한다

기존 장점의 확대재생산은 ‘
혁신’구체적 전략·전술로 ‘실행력 제고’
 
▲ 아드보카트 감독
‘야구는 투수놀음’, ‘농구는 센터싸움’이라는 속설이 있다. 경기의 스타일 상 소수의 스타플레이어가 승부의 키를 쥐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축구는 다르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출전선수 각자의 기량은 물론 조직력과 전술 등 다양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 여타의 스포츠를 제치고 유독 축구가 기업경영에 비유되는 것은 이같은 ‘총제적 연관성’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축구감독은 흔히 기업의 CEO에 비유된다. 전략과 전술을 개발하고, 개발된 전략과 전술을 가장 잘 이행할 수 있는 선수들로 팀을 구성한다. 그리고 줄기차게 승리를 향해 돌진한다. 이번 월드컵 기간동안 국내 CEO들이 축구에서 기업 경영의 포인트를 찾아내 자주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혁신과 실행력 제고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팀 이탈리아는 혁신과 실행력 제고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간명하게 드러냈다.
그동안 이탈리아 축구를 한마디로 대변했던 단어는 ‘카테나치오(빗장수비)’였다. 이탈리아의 승리 방정식은 수비축구에 이은 스타플레이어의 결정력 있는 한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여전히 강력한 수비력 위에 다변화 된 공격루트가 첨가되면서 ‘지지 않는 팀’에서 ‘이기는 팀’으로 변모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리피 감독이 있다. 그는 이번 월드컵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공격축구’를 선언했다. 하지만 일부 축구전문가를 제외한 대부분은 그 말을 그대로 믿지 않았다. 전임 트라파토니 감독 역시 비슷한 발언을 했지만 결과는 ‘카테나치오’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피 감독은 이런 불신을 보기 좋게 무너뜨렸다. 빗장수비를 유지하면서 미드필더와 공격수간의 간격을 좁히고 수비수의 원활한 공격침투 전략을 수립해 이것을 실행했다. 

결과는 훌륭했다. 과거 스트라이커 한명에 집중됐던 골이 미드필더와 수비수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이루어졌다. 매경기 주인공이 될만한 선수는 달랐지만 주인공을 만들어낸 전략은 한결같았다. 

물론 우승이 모든 것을 덮을 수 있지만 향후 지속적인 승리를 위해서는 그 과정이 중요하다. 기업으로 따지면 근본적 체질강화를 통해 실적을 높이는 것과 같다. 

LG전자의 성장은 사양 산업으로 여겨졌던 가전 사업이 10% 내외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면서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즉, 본업이었던 가전 사업의 경쟁력을 상승시켰기 때문에 신사업인 디스플레이 및 휴대폰 사업에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이다.

CEO가 우리 기업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과 가장 높은 능력을 지닌 부분을 파악해 장점을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이다. 여기에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는 전략적 혁신과 그 현실화를 위한 실행력 제고를 이끌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조직 역량 극대화

현대축구는 강력한 맨마킹과 공간장악을 강조한다. 과거와 같이 일부 공격수들의 화려한 기량에 의해 수비라인 전체가 농락당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제 몇몇 스타플레이어의 개인기에 의존해 승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조직력이 강조되는 것은 이때문이다.

유럽 축구계의 변방이었던 그리스가 유로2004에서 우승했던 것은 조직력의 중요성을 잘 드러내준다. 당초 ‘늙은 수탉’으로 평가받던 프랑스가 대회 후반으로 갈수록 강한 경기력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수비형 미드필더들을 중심으로 팀의 조직력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반면 세계적 공격수들을 보유해 우승후보 0순위로 꼽히던 브라질은 8강에서 탈락했다. 세계 최고의 득점기계로 평가받는 ‘세브첸코’ 역시 이번 월드컵에서는 평범한 선수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모두 조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에 스타급 핵심인재의 필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1명이 1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이건희 회장의 말처럼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스타급 핵심인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제아무리 인재가 많다고 하더라도 조직원간 혹은 부서간 팀웍, 즉 조직력이 떨어진다면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도요타는 평범한 인재들로도 조직 역량을 극대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조직 역량 강화에 집중한 JIT(Just In Time), TPS(Toyota Production System) 등 수많은 베스트 프랙티스를 만들어냈다. 

CEO는 자체육성이나 스카우트를 통해 핵심인재를 확보해야 하지만 조직의 역량이 동반상승할 수 있도록 관심을 쏟아야 한다. 

멀리 보고 계획하라

축구 전문가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유소년 축구 활성화를 외친다. 아드보카트 감독 역시 선수수준이 2002년과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놀랐다고 말했다. 본질적인 경쟁력 향상을 위한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선수를 육성하지 않으면 영원히 아시아권을 맴돌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당장 기업이 생존해야 하는 마당에 향후 소비 트렌드를 고민하거나 내부 시스템 정비를 위해 자본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 한 중견기업 CEO의 말처럼 현재 한국 기업들의 모습도 축구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5년, 10년 후의 캐쉬카우를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CEO를 만나기 쉽지 않다. 

자사 제품을 미주와 유럽에 수출하고 있는 중견기업 N사의 기획부장 K씨는 “미래에 대한 연구와 대비, 각종 혁신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어도 경영진의 판단은 조금 다르다.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 같다”라 전했다. 특히 고유가와 환율이라는 커다란 장애물을 만난 요즘은 리스크 관리와 매출향상을 위한 영업력 강화에 신경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40년전 국내 매출액 100위에 들었던 기업 중 2004년까지 존속한 기업은 겨우 12개에 불과했다. CEO가 미래를 바라보면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는 반증이다.